킵고잉후드티

👕 내가 옷을 만든다면 어떨까?

그냥 정말 막연하게 '옷을 만들어보고 싶다'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옷을 만든다면 어떨까?' 원단을 사서 재단하고 그런 거 말고, 그냥 만들어져 있는 옷 위에 디자인을 하는 그런 걸 해보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상상도 해봤는데 그 때 마다 꼭 해야겠다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죠. 이왕 만든다면 팔아도 보고 싶은데 (입장바꿔 생각해보면)굳이 이 옷을 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거죠. 그래서 생각은 종종 해봤어도 진짜 해보진 못했었는데 뭔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너무 이유를 생각하려고 하나?' 이유가 조금 충분하지 않아도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게 아니라면)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도 시도 해볼 수 있는 건데 그래서 눈 딱 감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일단 고(go)했어요. 아마 결과만 봤을 땐 그냥 늘 하던대로 뭔가를 만들었구나 싶을 수 있지만 저에겐 의미가 컸던 프로젝트였죠. 스스로의 물음에 가장 뻔뻔했던(?) 프로젝트였지 않았나 싶어요.

나와의 고된 싸움 끝에 '그래, 옷을 만들어보자!'까지 오고나니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수월했던 것 같아요. 뭔가 형편없음을 받아들였다고 해야 하나? '조금 부족해도 해보지 뭐' 이런 느낌이었던 거죠. 그렇다고 막 만들지는 않았어요. 원단도 제일 좋고, 두툼한 걸로 하나도 안팔린다고 하더라도 일단 제가 입기 좋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저의 창작물인 'Why flower'를 그리고, 요즘 제가 듣고 싶은 말을 적었죠. 킵고잉 후드티는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좌충우돌 후드티 제작의 기록

케어라벨(Care label)에 담은 의미

케어라벨(Care label)

사람들의 킵고잉스토리 인터뷰

사람들이 사더라구요. 물론 지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응원의 마음이 컸겠지만 저렴한 편이 아니었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왜 산건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물어보다 보니 킵고잉이라는 메세지에 공감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고, 이런 이야기가 공유되면 더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드뉴스형식으로 제작했어요. 보통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런 기획들을 계획하고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예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인터뷰까지 나오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했죠(웃음). 

내가 옷 안 만들었으면 
뭐 입고 다녔을까 싶을만큼 
우리 가족의 유일한 겨울옷이 되어준 
킵고잉 후드티

이렇게 옷을 만들어보니까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가 만든 나만의 창작물이 나온다는 것은 설레고 기쁜 일이었어요. 내가 만든 옷을 사람들이 입었을 때 또 다른 기쁨을 주더라구요. 참 여러모로 느낀 게 많았던 프로젝트입니다.